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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한반도24시] 긴장 늦출 수 없는 백령도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서해·수도권 수호의 군사적 요충지

연평도·천안함 사태 등 도발한 北

언제든 예고없이 또 공격할 수 있어

안보 태세에 경계심 풀어서는 안돼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서울경제DB




여름휴가 겸 안보 현장 답사 목적으로 출발한 서해 백령도 일정은 예측 불허였다. 지난 주말 너울성 파도로 1박 2일 일정이 2박 3일로 자동 연장됐다. 그나마 일요일에 탈출하지 못했으면 태풍으로 기약 없이 발이 묶일 뻔했다. 배가 출항하지 못하니 조선시대 유배당한 것처럼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마음을 고쳐먹고 백령도 안보 현장을 세심하게 견학하기로 했다.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폭격 사태 이후 대응 태세와 북측의 반응도 주 관심사였다. 출발 전 해병여단을 방문하는 일정으로 잡았으나 코로나19로 취소하고 현장 통신으로 상황을 가늠했다.

12㎞ 북쪽에 위치한 황해도 장산곶은 아침이면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고 할 정도로 가까웠다. 망원경에는 북한 주민과 병사들의 움직임이 어렴풋이 잡혔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중심으로 우리 해군 함정들이 경계 근무에 여념이 없었다. 1953년 휴전협정과 함께 획정된 NLL은 북한이 잠수함을 개발하기 시작한 1970년대 이후 북한 해군이 와해시켜야 할 장벽이 됐다. 서울(200㎞)보다는 평양(150㎞)에 가깝고 서해 최북방에 위치한 백령도는 우리로서는 서해 및 수도권 안보의 비상벨이지만 북한으로서는 눈엣가시다. 북한은 그동안 서해 교전 및 연평해전 등 다양한 군사 도발을 통해 무력 혹은 평화를 내세워 서해 5도를 공략하는 양면 전략을 추진했다.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서해에 공동어로수역 등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를 위한 국방장관 회담을 개최한다는 비현실적인 합의까지 했다.

북한은 2019년 11월 남북한 9·19 군사 합의를 체결하고도 백령도 동쪽 40㎞에 위치한 창린도에서 군사 도발 행위를 자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NLL 최남단 북한 도서인 창린도 방어부대를 방문해 해안포 사격을 지도했다. 창린도는 ‘9·19 군사 합의’에 따른 서해 완충 구역 내에 포함돼 있다. 창린도에서 해안포를 사격했다면 합의 위반이다. 올 3월에는 최대 사거리 65㎞의 방사포(다연장포)를 추가 배치했다. 결국 백령도는 물론 연평도 등 서해 5도가 사격 범위에 들어갔다.



도보다리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9·19 군사 합의를 발표했지만 비가 내리는 서해 바다는 검은 구름과 함께 여전히 비장했다. 하시라도 경계를 늦추면 북한은 NLL를 무력화시킨다. 각종 화기로 무장한 중국 어선들은 NLL 경계선에 걸친 황금 어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NLL이 흔들리면 강화도는 물론 인천공항 등 수도권의 안보는 장담할 수 없다.

최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북한은 모든 무기 체제가 낡았다”며 “남침 능력은커녕 자신들의 생존과 체제 유지가 더 절박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우리의 재래식 군사력은 북한에 비해 월등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핵무기는 제외하고도 북한의 육군력과 잠수함 중심의 해군력은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우리를 압도하고 있다. 특히 잠수함 왕국으로 불리는 북한의 잠수함 전력은 잠수정을 비롯해 80여 척에 이르고 있다. 서해 비파곶은 천안함을 공격한 잠수함들의 기지다. 시험 발사가 예상되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가세하면 가공할 해군력이다.

말로 많고 탈도 많았던 한미연합훈련이 종료됐다. 연례적으로 실시해온 방어적 성격의 시뮬레이션 위주의 지휘소 훈련이었다. 김여정 부부장과 김영철 통전부장이 엄청난 안보 위기를 운운하며 협박했지만 훈련 기간 중 도발보다는 대남 비난의 말폭탄을 퍼부었다. 반짝했던 남북 통신선은 다시 먹통이 됐다. 북한은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올인하는 미국을 상대로 군사 도발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 하지만 도발은 천안함 폭침과 같이 언제든 예고 없이 찾아올 것이다. 서늘한 가을바람 속에서 도발에 따른 극적인 충격을 주는 시점을 찾는 데 평양은 골몰할 것이다. 백령도 천안함 순직 장병 위령탑에서 드는 단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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