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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시론] 한일관계 복원력은 민간에 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갈등 원인 日 탓으로만 볼 수 없어

화장품 등 한류콘텐츠에 호의적인

日 젊은층이 관계변화 불씨 될수도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총재 불출마 선언을 함으로써 일본의 다음 총리는 누가 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차기 총재로 유력시되는 고노 다로 전 방위상이나 기시다 후미오 전 외무상은 친한 인사로 알려져 있지만 한일 관계에 순풍이 불 것 같지는 않다. 누가 자민당 총재가 되더라도 일본 정부의 대(對)한 강경 자세는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차기 총재 후보자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현재 일본 정부의 강경 입장과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고노 전 방위상은 고노 담화를 주도했던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의 아들이다. 그렇지만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에게 화를 내는 등의 돌출 행동은 종잡을 수가 없다. 지난 2015년 위안부 합의를 주도한 기시다 전 외무상은 한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에 매우 비판적이다. 게다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지지를 받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은 극우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헌법 개정을 내세우며 아베의 수정주의적 인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한국의 우려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둘째, 자민당 내 정치 상황은 한국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 여당인 자민당의 정책 우선순위는 국내 정치에 있어 외교는 뒷전이다. 다가오는 총선거에서 대패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당장 코로나19 대응과 경제 활성화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일본 외교 방향도 스가 정권과 마찬가지로 미일 동맹 일변도로 나아가 한일 관계 개선은 우선순위가 매우 낮다. 게다가 대한 정책은 전략 외교보다 감정이 지배하는 경향이 있다. 자민당 의석의 47%를 차지하는 3선 이하 국회의원들이 한일 관계에서 ‘힘에 의한 강경 대응’을 주도한다. 아베 시대 이후 일본 정치권 내 온건파는 사라지고 매파 성향의 우파로 가득 차 있다. 단지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입장을 고려하면 일본도 한미일 협력에 나서야 하지만 한일 관계 개선은 일본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지 않는다. 한국의 대응 여부에 따라 ‘반응 외교’를 보이는 이유다.



셋째, 한국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한일 관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일본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며 2012년 이전의 호감도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 ‘중국에 경사돼 있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정착하면서 우파 정치인이 이용하기 좋은 정치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는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서 강경하게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일본의 여론이 긍정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다음 정권도 한일 관계에서 전향적으로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일 관계 악화를 일본 탓으로 돌려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다. 새로운 일본 총리의 등장을 한일 관계 개선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한일 관계를 더 악화시키지 않도록 정부 간 협의는 지속하면서 일본 내 인식 변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동아시아연구원과 일본 민간 싱크탱크인 겐론NPO 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점이 많다. 일본 내 한국의 호감도가 2019년 20%에서 2020년 25.9%로 약간 상승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2019년까지 일본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지속적으로 악화했지만 2020년에는 일본 젊은 층의 한국 패션, 화장품 등 한류 콘텐츠 소비가 늘면서 한국 호감도가 반등을 보인 것이다. 2021년 해외 한류 실태 조사를 보더라도 일본에서 한류의 이미지는 2019년(2.5)에서 2020년(2.8) 다소 상승했다. 우리는 2020년 한국에 대한 일본 내 호감도 반등의 불씨를 적극적으로 살려야 한다. 일본 국민들의 ‘한국 콘텐츠 경험?한국에 대한 관심 증가?소비 확산’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일 정부 간 관계가 악화하더라도 민간 부문이 확대돼 복원력을 가질 때 한일 관계의 미래는 밝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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