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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현정택의 세상보기]정교한 빅테크 규제가 필요하다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카카오 등 플랫폼기업 규제 강화는

불공정한 독점력 행사 차단이 목적

고도의 기술성에 관한 판단 필요해

전문적 심사 통한 제재가 바람직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정부와 여당이 카카오·네이버 등 빅테크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세계 각국도 특성에 맞춰 빅테크 기업을 규제한다.

미국 규제의 초점은 독점력의 행사 여부이며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실제 기업 제재는 대부분 법원 결정을 통해 이뤄진다. 의회가 빅테크 기업 규제 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은데 국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에 제약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시장 지배력이 떨어지는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입법을 통한 규제에 적극적이다. 현실적으로 미국 기업에의 기술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규제가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고심한다.

중국은 최근 알리바바·텐센트·위챗 등 빅테크 기업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경제와 기업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며 홍콩 민주화 운동 등 체제의 위협에 대응해 인터넷과 정보를 제어하는 목적도 있다.

한국에서 최근 전방위적으로 펼쳐진 플랫폼 기업 옥죄기에는 복합적인 동기들이 얽혀 있는데 그래서 목적과 방향성이 모호하다. 첫째, 소상공인의 영역을 침범하므로 규제해야 한다는 정서적이자 정치적인 이유다. 여당 의원은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을 막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야당 원내대표도 골목 상권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카카오가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압력을 받은 기업인 카카오가 일부 사업 철수와 상생 기금 조성을 약속했으나 이는 플랫폼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부 규제나 정책 차원의 합리적인 해법이 아니다.



둘째, 빅테크 기업의 불공정한 독점력 행사를 막자는 목적이다. 모빌리티 서비스의 택시 콜 몰아주기 같은 사례로 당연히 규제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안드로이드 시스템 탑재를 강요한 구글에 2,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도 비슷한 취지다. 이른바 선수와 심판의 역할을 함께하는 행위도 억제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에서 여러 공급사의 가격 비교를 하면서 자사와 관련 있는 상품을 직간접적으로 유리하게 만드는 행위를 막는 일이다.

다만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사전 입법으로 규제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 고도의 기술성과 전문성에 관한 판단이 필요한 사항을 법률로 다 규정하기에는 무리이며 벤처 창업에 찬물을 끼얹는 조치가 될 수도 있다. 영국의 주간 이코노미스트도 폭넓은 규제는 후발 주자의 진입을 어렵게 해 먼저 진출한 기업만 득을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례에 따라 전문적인 심사를 통해 적절히 제재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셋째, 인터넷 금융 기업과 기존 금융사와의 형평을 맞추기 위한 규제 필요성이다. 정부는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인터넷 금융업에는 완화된 규제를 적용해왔다. 새로운 산업에 대해 일정 기간 규제를 유예해주는 규제 ‘샌드박스’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금융 건전성을 지키느라 상대적으로 엄격한 규제를 받았던 은행·보험·증권사들은 이러한 인터넷 금융의 특혜가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영업 환경을 만들었다고 한다. 금융 당국이 동일 업무 동일 규제 원칙에 따라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는데 필요한 일이다. 다만 종전으로 환원하는 게 아니라 기술 발전에 맞도록 규제를 혁신해 적용토록 해야 한다. 금융 고시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은행을 제치고 플랫폼 기업이 대학생들의 취업 희망 순위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시대다.

불공정한 행위는 제재하되 한국의 플랫폼과 핀테크 기업들이 국제사회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교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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