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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정치일반
지방 票心에 수도권大 정원 확대 막히고···시민단체 반발 '환경규제' 못풀어

■기득권에 밀린 K반도체 육성…알맹이 빠진 국가핵심산업특별법

"수도권大 정원 늘리면 지방대 도산" 지역 중진들 대거 반발

화평법 개선도 "선거 앞 환경 이슈 건들면 안된다" 지지부진

산업부·과기부는 주도권 놓고 힘겨루기만…법 통과 불투명

송영길(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변재일(왼쪽)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 위원장,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7월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민주당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 제6차 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시작은 야심 찼다. 미국은 물론 중국·대만 등이 반도체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국가와 기업이 협력해 막강 화력을 뽐내자 우리 정부와 국회도 나섰다. 반도체 등을 국가핵심전략기술로 지정해 세제는 물론 입지·인력·환경 등의 숨은 규제를 예외적으로 없애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했다. 태스크포스(TF)도 출범시켜 “이번에는 정말 국회와 정부가 제대로 사고를 치려는 것 같다”는 기대감이 한껏 달아올랐다.

하지만 역시 현실은 달랐다. 표를 의식해 국회는 지역의 벽을 넘지 못했고 부처 역시 이기주의에 갇혔다. 국가핵심전략기술법의 윤곽이 드러나자 산업계가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16일 “당정이 한마음으로 나서 반도체 육성을 위해 총대를 메겠다는 선언을 보고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파격적 지원’이 무색할 정도로 요구한 사안들은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지난 5월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는 더불어민주당에 반도체 산업 지원 특별법 문서를 전달했다. 서울경제가 확보한 이 문서에 따르면 학회에서는 법 제정 및 개정 사항으로 △인력 양성 △환경 등 규제 완화 △인프라 신속 구축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산업 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 적용 특례,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개정, 수도권정비계획법 변경 등이 과제로 제시됐다. 특히 수도권 대학 정원 완화는 업계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첫 과제로 꼽혔지만 이번에도 수포로 돌아가면서 기업들은 발만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에 부족한 반도체 전문 인력은 2019년 기준 1,476명이었다. 업계는 지난해 역시 1,500명가량 전문 인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울 주요 대학에서는 정원 규제에 가로막혀 유망 산업 분야의 학과를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등에서는 “교육부가 수도권 대학에서 반도체 학과를 만들 때 정원을 예외로 인정해주고 비전공자도 반도체 분야로 유입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교육부는 물론 당 내부 문턱조차 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권 관계자는 “수도권 대학 정원이 늘어나면 지방 대학 정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며 “가뜩이나 지방대가 도산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지방 대학을 더욱 힘들게 만들 수 있는 조치를 추진한다고 하자 비수도권 지역구를 둔 당 중진 의원들부터 대거 반발했다”며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환경 관련 규제 개선 역시 비슷한 논리로 무산됐다. 화평법은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계에서도 그동안 꾸준히 개선을 요구해온 과제다. 학계에서는 신제품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반도체 산업에서 필수적인 신규 물질 연구, 제조, 수입과 관련된 과도한 규제를 없애고 화학물질 제조 및 수입량 기준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 여권 의원은 “화평법은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이 큰 사안이어서 개선을 요구했지만 선거를 앞두고 환경 관련 이슈는 건드리는 게 아니라는 충고만 들어야 했다”고 고백했다.

재계에서는 수도권공장총량제 등이 무산된 것에도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공장총량제는 서울·인천·경기 등에 일정 면적을 정한 뒤 해당 범위 안에서만 연면적 500㎡ 이상의 공장을 신·증설할 수 있도록 제한한 것이다. 경기도에 공장을 둔 기업인 경우 오는 2024년까지 공장을 새로 짓거나 늘릴 수 있는 면적이 약 275만㎡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국내 대표 반도체 업체인 SK하이닉스는 용인 일대에 120조 원 이상을 투자하고도 공장총량제의 예외를 받기 위해 2년 넘는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더욱이 기업들은 수도권에서 입지 허가를 받아도 생산공정에 필수적인 수도와 전기를 끌어오는 데 각 지방자치단체와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얻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주민 반대와 과도한 보상 요구마저 해결해야 한다.

부처 간 주도권 다툼 역시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반쪽이 된 법안의 통과 시점도 현재 불투명하다. 해당 법안의 논의는 산업부가 주도해왔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으로 책임과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팽팽히 맞서면서 좀처럼 타협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도체특위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산업부와 과기부가 사생결단식으로 향후 특별법을 누가 관리할지를 두고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데 당 입장에서도 누구 편을 들어주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국토부 역시 전략산업단지 조성의 권한을 넘겨주는 것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언제 부처 간 합의를 이뤄 당내 정책위원회를 거쳐 최종안이 완성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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