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이메일보내기

오피니언사외칼럼
[해외칼럼]대기업들의 기상재난 로비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미키 마우스는 왜 문명을 파괴하려 드는가.

월트 디즈니사가 엑손모빌·화이자 등 다른 거대 기업들과 함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3조 5,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에 반대하는 로비를 준비 중이다. 바이든의 투자 계획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파국을 막아낼 마지막 기회라는 사실을 그들은 한사코 외면한다.

분명한 사실은 기후변화가 더 이상 가설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우리는 지구촌 전역에서 극단적인 기상 재난을 목격했다. 미국 서부 지역의 심각한 가뭄과 산불, 기세가 더욱 사나워진 토네이도, 유럽의 대홍수, 수은주를 화씨 120도 위로 밀어 올린 중동 지역의 폭염은 기상 전문가들이 경고했던 지구온난화의 결과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악몽의 시작일 뿐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신속하고도 강력하게 제한하지 못할 경우 우리에게 어떤 재앙이 닥칠지를 보여주는 예고편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임박한 재앙을 피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많은 경제학자들은 탄소세처럼 온실가스 배출 제한을 위한 광범위한 인센티브 도입을 선호한다. 그것이 과연 최상의 정책인지, 탄소세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둘러싼 흥미롭고도 진지한 경제적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의미에서 그 같은 논의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 탄소세 혹은 그와 유사한 조치는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정책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발전뿐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친환경 발전은 연성 목표에 해당한다. 재생에너지의 가격이 거의 기적적인 수준으로 떨어져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고도 대단히 저렴한 가격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력 생산에 따른 온실가스가 미국의 전체 탄소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불과하다.



바이든의 제안은 탄소 제거(decarbonization)를 향한 거대한 동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희소식이다. 기상 전문 기자인 데이비드 로버츠는 바이든의 제안에 두 가지 중요한 기후 관련 요소가 담겨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는 정부 보조금과 벌금을 당근과 채찍으로 사용해 발전 업체들의 화석연료 사용 중단을 유도하는 일련의 조치들이고 둘째는 다양한 형태의 청정에너지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 같은 정책은 환경보호주의자들의 희망 사항 중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빅 딜’이 될 것이다.

나쁜 소식도 있다. 만약 바이든의 제안이 실행되지 않는다면 이에 버금가는 기후 정책을 다시 보게 될 때까지 최소한 10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수 주 내에 통과 여부가 결정될 민주당의 예산안은 기후변화를 제한하기 위해 무언가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대기업들이 이 법안을 막기 위해 집결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기에 들어가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는 한편으로 기업소득세를 인상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직접 나서 제약사들과 처방 약 가격을 낮추기 위한 협상을 벌이는 방안을 제안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접근법은 정치적인 측면에서 필요하다. 세금을 인상해야 한다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대중의 견해다. 그러나 기업들은 당연히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따라서 바이든의 계획에 대한 기업들의 반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용서할 수는 없다. 그래도 예산안 통과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시점에서 공화당과의 타협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기업들과 그들의 유혹에 흔들리는 한 줌 남짓한 민주당 의원들은 여론의 압박에 취약하다.

우리는 더 이상 철도 재벌인 윌리엄 헨리 밴더빌트가 “빌어먹을 대중”이라는 폭언을 날렸던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오늘날의 대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는 모습으로 비치기를 원한다. 기업들은 그들의 선행을 과시하는 속 보이는 광고를 내보낸다. 그러나 단지 세금 인상을 막기 위해 문명의 위기를 피하려는 시도를 좌초시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무책임한 행동이다. 따라서 이런 시도에 가세하는 기업들의 이름을 공개하고 공개적인 망신을 줘야 할 필요가 있다. 그들을 위해 등짐을 나르는 한 줌의 민주당 내 온건파 의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건 다음날 다시 논의할 수 있는 평범한 정책 논쟁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라. 지금은 행동을 개시해야 할 시간이다. 지금 올바른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두 번째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이종환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발행 ·편집인 : 이종환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