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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8개월간 교활한 군사 위협"...'한미동맹 흔들기' 나선 北 김정은

종전선언 전 '美군사행동 중지' 재차 요구

한미훈련 영구 중단 등 수용 불가능한 조건

文 '평화협상 입구론'과 다른 인식 내비쳐

美 '先대화'에도 불신...무력도발은 합리화

김여정 국무위원 선출...대외 주도권 강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조 바인든 미국 행정부를 직접 비난하면서 남한에 통신연락선 복원 카드를 내민 건 한미가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며 ‘동맹 흔들기’를 시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국의 ‘외교적 관여’ ‘조건 없는 대화’ 입장에 불신을 표시하고 ‘국가방위력 강화’를 강조하며 핵·미사일 개발의 명분을 내세웠다는 평가다. 우리 정부에는 통신연락선 복원을 지렛대로 제재 완화의 역할을 확실히 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남북관계를 빌미로 미국에 대한 ‘몸값’을 키우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30일 김 위원장이 전날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에서 “우리는 남조선을 도발할 목적도 이유도 없으며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며 “불신과 대결의 불씨로 되고 있는 요인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적대적인 행위들이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무력 증강은 남한에 위협이 아니지만 미국의 군사행동은 북한에 ‘적대 행위’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에 반대되는 입장을 ‘편견적인 시각’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이라고 지적하며 남한 정부도 이 같은 인식을 버릴 것을 요구했다. 종전선언에는 미국의 군사행동 중단을 선제 조건으로 명확히 하면서 “종전선언은 평화협상의 입구이고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과는 전혀 다른 인식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새 미 행정부의 출현 이후 지난 8개월간의 행적이 명백히 보여준 바와 같이 우리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오히려 그 표현 형태와 수법은 더욱 교활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외교적 관여’와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를 기만하고 저들의 적대행위를 가리기 위한 허울에 지나지 않으며 역대 미국 행정부들이 추구해 온 적대시 정책의 연장에 불과하다”며 “세계가 직면한 근본적인 위험은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의 강권과 전횡”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미국의 일방적이며 불공정한 편 가르기식 대외정책으로 하여 국제관계 구도가 ‘신냉전’ 구도로 변화되면서 한층 복잡다단해진 것이 현 국제정세 변화의 주요 특징”이라며 대외사업 부문에 대미 전략구상 집행을 위한 전술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국방과 관련해서는 “국가방위력을 강화하는 것은 주권 국가의 최우선적 권리”라며 노동당 8차대회에서 내건 ‘국방건설목표’ 관철을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노골적으로 내비치면서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는 “적대세력의 군사적 준동 억제용”으로 합리화했다.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공업발전 전략목표는 △핵무기 소형화와 전술무기화 촉진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5,000㎞ 사정권 내 타격 명중률 제고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 개발 도입 △수중·지상고체발동기 대륙간 탄도로켓 개발 △핵잠수함·수중발사핵전략무기 보유 △군사정찰위성 운영 △500㎞ 무인정찰기 개발 등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신선 재개보다 선결 조건을 훨씬 강조했다”며 “한미연합훈련 영구 중단, 첨단 장비 도입 중지 등 한국과 미국이 사실상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점에서 북한에 대화 의지가 있는지 불확실하다”고 짚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는 30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대면 협의를 가졌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등 북한의 추가 도발 우려를 두고 “설명할 만한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응답이 굉장히 빨리 왔다. 매우 좋은 징조”라고 반겼다. 반면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선거철이 되자 북한은 병도 주고 약도 주는 식으로 국민감정을 자극하고 있다”며 “대북 제재를 완화하면 북한이 순순히 평화의 프로세스로 나올 것이라는 기대야말로 망상”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국무위원으로 선출돼 눈길을 끌었다. 그간 국무위원회에서 대미정책을 주도했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물러났다. 김 부부장의 대미·대남업무 주도권이 더 강화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방역에 대해 “현 시기 정부가 최대로 중시하고 완벽성을 기하여야 할 사업”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아닌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한 것은 ‘하노이 노딜’ 직후인 지난 2019년 4월 제14기 제1차 회의 이후 2년5개월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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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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