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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자 원성에 브레이크 걸린 고승범 "전세·집단대출 중단 없다"

■고강도 '가계부채 조이기'서 한발 물러선 금융위

"전세대출 총량 관리서 제외하고

잔금대출도 피해 없게 관리할 것"

文도 "서민 대출 차질없이 공급"

은행권 대출여력 8조 가량 추가

농협銀 등 전세대출 속속 재개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계부채 관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 당국이 서민층 실수요자의 전세대출이 중단되지 않도록 올 4분기 중 전세대출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한도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또 연말까지 집단대출 중단으로 잔금을 납입하지 못해 분양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하는 사례가 없도록 관리해나가기로 했다. 금융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지키기 위해 은행들이 전세·집단 대출을 잇따라 중단하면서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정치권도 압박하자 금융 당국이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르면 다음 주 발표할 가계부채 추가 대책을 두고 가계부채 관리와 실수요자 보호를 다 충족시키기 위한 묘수 찾기에 당국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10월과 11·12월 중 전세대출에 대해서는 총량 관리를 하는 데 있어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할 생각”이라며 “전세대출 증가로 인해 가계대출이 6% 이상으로 증가하더라도 용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집단대출의 경우 연말까지 잔금대출이 공급되는 데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일부 사업장의 경우 애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언급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후 시중은행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추가 논의에 들어갔다. 간담회에서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제외될 전세대출의 구체적인 대상·기준은 정하지 않는 대신 은행들이 불필요한 전세대출을 과도하게 취급하지 않도록 꼼꼼히 심사하기로 했다. 잔금대출에 대해서는 금융위·금융감독원·은행연합회·은행 등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110여 개 사업자의 잔금대출 정보를 공유하고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그간 금융 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인 6%대를 달성하기 위해 줄곧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 대출 관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왔다. 목표치에 부합하기 위해 은행들이 잇따라 대출 문을 걸어 잠그면서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청와대·정치권에서도 당국을 겨냥한 압박이 거세지자 끝내 금융 당국이 후퇴한 것이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거듭 “서민·실수요자에 대한 전세대출과 잔금대출이 일선 은행지점에서 차질 없이 공급되도록 금융 당국은 세심하게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실제로 은행권에서는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해 당국의 전방위적인 대출 조이기에도 전세대출 수요가 줄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 9월 말 전세대출 잔액은 121조 4,308억 원으로 전달보다 1조 4,638억 원 늘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12% 증가한 수준이다. 최근 은행권의 전세대출이 매달 2조 5,000억 원가량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로 연말까지 8조 원의 대출 여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달 7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 4,416억 원으로 최대 6.99%의 증가율을 적용하면 연말까지 남은 대출 한도는 13조 5,560억 원 정도에 불과했다.

이번 조치로 대출 총량 한도 관리에 숨통이 트이면서 전세대출을 재개하거나 한도를 늘리는 은행들도 늘고 있다. 8월 신규 담보대출의 판매를 전면 중단했던 NH농협은행은 오는 18일부터 전세대출 신규 취급을 재개한다. 신한은행 또한 18일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을 정상화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을 총 5,000억 원 한도로 제한해왔다. 우리은행은 실수요자에 한해 전세대출 한도를 추가로 배정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부터 지점별로 월 5억~수십억원의 대출 한도를 적용해 대출 총량을 관리한 바 있다.

다만 국내 경제의 뇌관으로 꼽힐 만큼 가계부채가 급증해온 터라 이르면 다음 주 발표할 가계부채 추가 대책의 내용을 두고 당국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부채 총량 관리에서 전세대출을 제외하면서도 올해 목표치인 6%는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고 위원장은 “지금 상황은 6% 관리를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게 가계부채 관리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 소신은 앞으로도 지켜나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이르면 다음 주 또는 늦어지면 그 다음 주에 가계부채 보완 대책을 발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추가 대책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 실효성 강화, 제2금융권 대출 관리와 금융사의 자체 가계부채 관리 방안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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