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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간 650억 팔아치운 키아프서울···'亞 미술시장 허브' 큰그림 그린다

■서울로 몰려오는 해외 갤러리

개막 첫날만 350억…매출 신기록

내년 명성높은 '프리즈 서울' 개최

韓 미술시장 4,000억→2조 기대

무관세에 홍콩보다 임대료 저렴해

글로벌 갤러리 '서울 분관' 속도내

경쟁력 강화 속 '투기거품' 우려도

17일 폐막한 키아프서울에서 프랑스계 글로벌 화랑 페로탱은 일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을 개인전 형식으로 선보였고 일찌감치 ‘완판’을 기록했다.




“첫날 하루만 350억 원, 닷새간 약 650억 원어치의 미술품이 거래됐습니다. 내년에 세계적 아트페어인 ‘프리즈(Frieze) 서울’이 열려 세계적 컬렉터들이 한국을 방문한다면 한국 미술 시장이 기존 4,000억 원 규모에서 5배에 달하는 2조 원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키아프 서울(KIAF SEOUL)’이 추산 650억 원의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17일 폐막했다. 지난 13일 VVIP를 대상으로 한 개막 첫날에만 350억 원어치의 미술품을 가뿐히 팔아치운 올해 키아프의 매출 실적은 2019년에 기록한 역대 최대 매출인 310억 원, 올해 5월 열린 ‘아트부산’ 매출 350억 원과 비교하면 약 2배 수준이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으로 인해 전시장 내부 체류 인원이 3,063명으로 제한됐음에도 최다 관객이 다녀간 2019년에 비해 7%이상 증가한 8만8,000여명이 관람했다. 전례 없는 미술 시장의 호황 속에 서울이 홍콩을 대체할 ‘아시아 미술 시장의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을지 국내외 미술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미술품 장터인 ‘키아프 서울’ 행사 전경.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지난 13일 개막해 당일 350억 원어치의 미술품을 판매했고 17일까지 닷새간 약 650억 원 규모를 거래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홍콩이 아시아 미술 시장의 거점으로 자리매감한 것은 면세지구이자 규제 없는 금융거래, 중국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이를 노린 가고시안·페이스·데이비드즈워너 등 세계적 톱 갤러리들이 ‘홍콩 분점’을 열었고 2013년부터는 세계 최정상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홍콩’이 열려 최대 3조 원, 평균 1조 원의 매출을 자랑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홍콩이 정치 불안에 휩싸이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미술 시장의 본래 기능을 회복하지 못하자 그 사이 급부상한 곳이 바로 서울이다.

특히 올해 키아프는 한국 미술 시장 도약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무대가 됐다. ‘세계 200대 컬렉터’로 꼽힌 최윤정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장, 리움 재개관을 이끈 이서현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 등 ‘큰손’ 컬렉터 다수가 키아프를 다녀갔으며 미술품 수요의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한 MZ세대는 키아프에서도 존재감을 톡톡히 발휘하며 한국 미술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재확인시켰다.

한 키아프 관람객이 독일계 스프루스 마거스 갤러리가 출품한 조지 콘도의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20억 원대의 이 작품은 키아프 개막 이전에 사전 판매로 팔렸다.


굵직한 글로벌 화랑들의 ‘서울행’도 잇따르고 있다. 이번 키아프를 통해 서울의 아트페어에 처음 참여한 독일 베를린의 ‘페레스 프로젝트’와 미국 뉴욕의 ‘글래드스톤’ ‘투팜스’ 등은 서울 분점 개관 계획을 밝혔으며 그동안 서울 사무소를 운영해온 독일의 ‘스프루스 마거스’ 갤러리 역시 “분관 오픈을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시작해 세계 3대 화랑으로 성장한 ‘하우저 앤드 워스’는 뉴욕 디렉터가 한국 미술 시장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며 현장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다. 변홍철 투팜스 서울 디렉터는 “지난해부터 서울점을 염두에 두고 고민하다 이번 키아프의 성과를 지켜보며 개관을 확정했다”며 “새 공간은 강남구 청담동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페이스·페로탱·리만머핀·바라캇 갤러리 등 홍콩에 지점을 둔 글로벌 화랑들이 줄줄이 서울에 분관을 열고 이달 초에는 유럽의 명문 화랑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도 한남동에 개관을 하는 등 서울은 글로벌 갤러리들의 주요 행선지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아트바젤’과 경쟁 관계인 영국 런던의 프리즈가 ‘프리즈 서울’을 신설해 한국 미술 시장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릴 예정이다. 프리즈는 앞서 한국화랑협회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협회가 주최하는 키아프와 같은 기간에 코엑스에서 공동 개최 방식으로 5년간 협력하기로 했다. 중국과 인접한 서울을 거점으로 아시아 시장에 연착륙하겠다는 복안으로 분석된다.



서울 분점을 둔 글로벌 화랑 리만머핀 갤러리는 길버트 앤 조지, 데이비드 살레 등 굵직한 전속작가들의 대표작을 키아프에 선보였다.


이처럼 서울이 홍콩에 이은 아시아 주요 미술 거래 시장으로 부상하는 이유에 대해 라쉘 리만 리만머핀 갤러리 대표는 “한국 미술 시장을 수년간 지켜본 결과 시장 안정성의 장점, 성장 가능성의 강점을 발견했다”면서 “좋은 작가와 좋은 미술관이 많은 것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서울은 홍콩처럼 그림 거래에 관세가 없다. 미술품 양도세는 6,000만 원 이하 면세이고 조각 및 생존 작가 작품도 양도세가 없다. 서울이 홍콩보다 나은 점은 ‘임대료’다. 프랑스계 갤러리 페로탱의 강주희 홍콩·서울 디렉터는 “홍콩이 가장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적 안정성과 임대료 측면에서 서울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키아프에 참가한 학고재 갤러리 부스 전경. 김재용 작가의 도넛형 도자 작품인 앞에 관람객들이 몰려 있다.


이화익 갤러리가 출품한 차영석 작가의 스니커즈 연작. 팔린 작품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개인전이 한창인 갤러리에서 작품을 공수해와야 했을 정도로 인기였다.


가나아트 갤러리 부스에서는 원로 작가 김구림의 작품이 벽에 걸기도 전에 팔려나갔다. 위에 걸린 노은님 작가의 작품도 ‘완판’됐다.


하지만 해외 갤러리의 국내 진출, 신규 컬렉터의 등장은 ‘양날의 검’이다. 자칫 해외 갤러리와 외국 작가가 국내 미술계를 잠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키아프에서도 외국계 화랑들은 개막 이전에 출품작 상당수를 사전 판매해 주목받았다. MZ세대 컬렉터들이 ‘샤넬백 오픈런’ 등을 통해 보여준 재테크형 문화 소비 경향이 미술 시장에서는 자칫 투기로 흘러 독(毒)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술평론가 유진상 계원예대 교수는 “2007년의 미술 시장 호황 때보다도 작가층이 넓어졌다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MZ세대가 부동산·주식에 이은 대체 투자처로 미술 시장을 바라보고 마치 ‘코인 거래’하듯 미술품을 사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주연화 아라리오 갤러리 디렉터 겸 홍익대 교수는 “내년 프리즈 개최에 함께 100여 개 서구 화랑들이 들어오면 메기효과(catfish effect)로 국내 갤러리·작가들이 경쟁력을 키울 기회가 될 테니 끓어넘치는 시장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냄비’를 키우는 일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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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부 글·사진=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친절한 금자씨는 예쁜 게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현대미술은 날 세운 풍자와 노골적인 패러디가 난무합니다. 위작 논란도 있습니다. 블랙리스트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착한미술을 찾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미술관, 박물관으로 쏘다니며 팔자 좋은 기자. 미술, 문화재 전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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