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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바이오&ICT
디지털 오류 하나에 멈춰선 일상···언택트 사회 '급소' 찔렸다

[KT 먹통에 전국 블랙아웃]

인터넷 불통에 원격수업 못하고

QR인증 안돼 점심 장사 망치고

KT 불똥에 SKT·LGU+망도 버벅

주식 거래 멈춰 투자자는 발동동

자율주행차였으면 대형사고 날 뻔

시민 생명 위협, 위기관리 강화해야

25일 오전 KT 인터넷망이 전국적으로 한 시간 넘게 장애를 일으키면서 전남 구례군 마산면 한 식당 입구에 '전산망 오류로 인해 카드 결제 불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신용카드 리더기가 작동되지 않습니다. 현금으로만 계산 가능합니다.”(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식당)

국가기간통신사업자인 KT(030200)의 전국 유무선 인터넷·통신망 ‘먹통’으로 25일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비대면 시대’에 인터넷·통신망이 ‘블랙아웃’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불편들을 모두 경험했다. 월요일 점심시간을 앞두고 벌어진 통신·인터넷 장애에 KT 회선을 사용하는 직장인들은 업무가 마비됐고 소상공인들은 결제 차질을 빚었다. 주식투자자들은 1시간가량 거래가 불가능해 발을 굴렀고 온라인 수업도 멈춰 각 가정에서도 혼란이 빚어졌다. 이번 장애는 지난 2018년 11월 24일 아현국사 화재보다 지속 시간은 짧았지만 피해가 전국에 미쳐 파급력은 더 클 수도 있다. 아현국사 화재 여파는 하루 이상 지속됐지만 피해 지역은 서울 마포구·용산구·서대문구·은평구 일대에 국한됐었다. “마치 구석기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는 시민들의 지적이 이어졌고 “만약 자율주행을 하던 차량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으면 대형 사고가 났을 것”이라는 걱정들도 쏟아져 나왔다.

특히 이날 사고는 점심시간 직전에 벌어진 만큼 자영업자들과 직장인들의 타격이 컸다. 이날 오전 11시 30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 한 샤브샤브 식당에는 정장 차림을 한 직장인들이 입구부터 길게 줄 서 있었다. 인터넷이 멈춰 코로나19 QR코드 인증이 불가능해 입장을 하지 못한 것이다. 예약자들이 몰려들자 결국 종업원은 체온만 확인한 채 손님들을 들여보낸 후 급히 수기 명부를 만들어 돌렸다. 식당 직원은 “여러 명이 함께 온 테이블은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데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편의점은 결제가 마비돼 방문객을 되돌려보냈다. KT 회선을 이용해 카드 결제가 불가능했던 탓이다. 점주 박 모 씨는 “현금 결제만 가능하지만 현금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적어 대부분 돌려보내고 있다”며 “편의점은 가맹 사업인 만큼 계좌 이체를 받을 수도 없어 속수무책”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터넷 없이는 영업이 불가능한 PC방도 타격을 입기는 마찬가지였다. KT는 국제망이 탄탄해 PC방이 가장 선호하는 회선이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전국 PC방에 대한 피해 보상을 요청하는 공문을 KT에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증권사에도 피해 민원이 폭주했다. KT 회선을 사용하는 투자자들의 거래창이 멈춘 탓이다. 증권계 한 관계자는 “HTS를 운영하는 모든 증권사에 피해 접수가 폭주하고 있다”며 “증권사 자체 문제가 아니었기에 피해·보상액을 산정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들도 접속 장애를 겪었다. KT는 물론 SK텔레콤·LG유플러스 등 다른 통신사 이용자들도 배달 앱 접속이 안 돼 점심 주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정보기술(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KT 클라우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KT 인터넷 망이 멈춰 접속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KT 망이 멈추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망으로 트래픽이 몰린 탓으로 보인다.

‘국가기간통신사’를 이용하는 공공기관들도 업무가 마비됐다. 소방청 산하 기관에 근무하는 김 모(32) 씨는 이날 오전 11시 20분께 민원 상담 통화를 하던 중 전화가 끊겨 당혹스러웠다. 온라인 수업을 진행 중인 각급 학교들도 접속이 끊기며 혼란에 빠졌다. KT 회선을 사용하는 전국 초중고교는 모두 수업이 중단돼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도 큰 혼란을 빚었다. 맞벌이 부부인 김 모 씨는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할 아이에게 갑자기 전화가 와서 당황했다”며 “집 주변에 계신 어머님께 부탁드려 잠시 아이를 봐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중간고사 기간인 대학교에서는 수업 차질은 물론 시험 일정이 변경되기도 했다. 서강대는 KT인터넷 유무선 장애로 인해 이날 예정돼 있던 시험들을 다음 주 월요일에 실시할 계획이다. 교양 수업 시험을 치를 예정이었던 재학생 이주현 씨(21)는 “오후 1시 30분 시험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연기 공지가 올라왔다”며 “다음 주 월요일 수업은 별도 보충해야 해 일정이 꼬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KT 통신 장애에서 ‘위기관리 시스템의 실패’를 꼬집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안대학원 교수는 “사고 원인을 빠르게 파악하지 못해 입장을 번복하는 등 사후 대처에서 문제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이기혁 한국FIDO산업포럼 회장(중앙대 교수)은 “현시대에 통신망 장애는 전산 장비를 넘어 시민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며 “예측 불가능한 범위 밖 위협들을 분석하고 대비하는 ‘사이버 리질리언스(Cyber Resilience)’ 개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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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IT부 허진 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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