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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는 100년 기록물··· 동물 습성까지 연구하죠"

'공무원 박제사 1호' 류영남 국립생물자연관 주무관

고교 1학년 때부터 '37년 외길'

이틀에 하나씩 1,200개나 제작

살았을 때 모습 알기 위해 연구

검찰서 밀수품 감정 의뢰하기도

"호기심 아닌 목적 갖고 도전해야"

류영남 주무관이 인천 청라국제도시 국립생물자연관 수장고에서 큰바다사자 박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큰바다사자는 제주도 비금도에서 폐사한 채 발견돼 박제됐다. /송영규 선임기자




“박제는 실물 기록물입니다. 그만큼 오랜 기간 잘 보존해야 합니다. 만드는 것뿐 아니라 100년 이상 지속할 수 있도록 관리를 잘하는 것까지. 이것이 박제사의 책임이죠.”

‘공무원 박제사 1호’ 류영남(53) 국립생물자연관 주무관은 26일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박제는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와 같은 존재”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류 주무관이 박제의 길에 처음 관심을 가진 것은 고교 1학년 때 자신이 키우던 새가 죽자 이를 박제로 만들고 싶어 귀동냥을 다닌 것이 시발점이다. 이후 37년간 박제는 그의 삶 중심에 있었다. 일본 서적을 구해 독학을 했고 지난 2005년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에 입사한 후에는 업(業)으로 삼았다. 이 과정에서 그가 지금까지 제작한 박제물은 대략 1,200개 정도. 이틀에 하나꼴로 만들었다는 의미다.

류 주무관이 처음 대하는 표본들은 모두 사체(死體)다. 도로나 길에서 로드킬을 당하거나 비행기 등과의 충돌로 생기는 ‘버드스트라이크’로 희생된 동물들이 대부분이다. 그는 “초기만 해도 처음 표본을 싼 봉지를 풀 때 또 어떤 흉측한 몰골을 하고 있을까 두려웠다”며 “이제는 하도 많이 봐서 무덤덤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박제를 하면서 성격도 바뀌었다고 한다. 박제를 하려면 방부 처리를 하고 염장과 세척을 진행한 후 모형을 만들어 가죽을 씌워야 한다. 참새와 같은 작은 동물은 대략 6~8시간이면 끝나지만 큰 동물은 얘기가 다르다. 독수리는 2~3일, 포유류는 14일이나 소요된다. 특히 호랑이는 두 달 이상이 필요하다. 류 주무관은 “일을 시작하면 하루 4~10시간은 꼼짝 못 하고 매달려야 한다”며 “기본 작업이 끝난 뒤에는 변형이 오는지 계속 관찰하고 수정을 해야 한다. 집중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류영남 주무관이 인천 청라국제도시 국립생물자연관 연구관리동 사무실에서 수달 박제물을 앞에 둔 채 업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영규 선임기자


박제는 동물 가죽만 씌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생전에 어떤 행동을 하는지, 어떤 습성을 가졌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모습을 재현할 수 있다. 류 박제사가 끊임없이 동물에 대한 연구를 하는 이유다. 그는 “표본이 되는 동물의 내부 구조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엉터리로 된 박제 모형이 나올 수 있다”며 “공원에 가거나 영상물·다큐멘터리를 많이 보며 순간순간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연구한다”고 말했다.

연구를 통해 얻은 지식은 박제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한번은 호랑이 가죽으로 의심되는 물품이 발견돼 검찰에 불려 나간 적도 있다. 진짜 호랑이 가죽인지 확인해 달라는 것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실물 호랑이를 만져본 사람이 류 주무관밖에 없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박제 모형을 만들고 난 후에도 해야 할 일이 많다. 건조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보관 처리를 하지 않으면 2~3년 안에 부패하거나 변형될 가능성이 크다. 털이 빠지거나 변색이 될 수도 있다. “박제는 100년, 200년 갈 수 있는 실물 기록물이고 우수한 표본입니다. 그런 것들이 10년도 안 돼 망가진다면 안타까운 일일 수밖에 없지요.”

그는 박제가 변형되거나 부패했을 때 환경 탓을 하지 않는다. 박제에 관한 한 모든 책임은 박제사에게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류 주무관은 “변형을 환경이나 조건 탓으로 하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며 “박제사는 기본적으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해야 한다. 자식처럼 변형은 없는지, 습도는 너무 높지 않은지, 오염은 없는지 등을 세심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목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막연하게 호기심만 가지고 박제의 길로 뛰어든다면 아까운 몇 년의 시간만 소비하는 것이 될 것”이라며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개척할 수 있는 분야의 계획을 미리 세우는 등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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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독자부 글·사진=송영규 기자 skong@sedaily.com
기자는 사회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진실을 향하고 거짓을 고발하는 게 기자의 사명이라고 들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기사를 쓰고 이를 책임지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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