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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무너지지만 않으면 된다?···재건축 안전진단, '삶의 질' 문제로 봐야

양지윤 건설부동산부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겨울철이 되면 하수구 악취가 정말 고역입니다. 환기를 해도 악취가 심한데 겨울에는 창문을 열어 놓기 힘들거든요. 그런데 이런 문제는 안전진단 항목에 포함돼 있지도 않습니다.”

지어진 지 30년이 훌쩍 넘은 한 재건축 단지 주민의 하소연이다. 노후화로 외벽부터 수도관까지 모든 것이 말썽이지만 주민들은 내년 이후로 재건축 안전진단을 미루기로 했다. 현행 안전진단 기준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서울시 광진구의 광장극동이 2차 정밀 안전진단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노원구 태릉우성, 양천구 목동11단지, 강동구 고덕9단지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2018년 안전진단 기준 요건에서 주거 환경과 시설 노후도 비중을 낮추는 대신 구조 안전성 비중을 20%에서 50%로 대폭 높였다. 주민 생활과 직결된 항목의 비중은 줄이고, 건물 붕괴 우려 등을 반영하는 항목의 비중만 올린 것이다.

까다로워진 안전진단 기준에 주요 단지들의 재건축이 좌절되면서 안전진단의 객관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민들이 실제로 겪는 생활 불편을 반영하지 않고 ‘당장 무너질지 아닐지’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안전진단에서 탈락한 한 재건축 단지 주민은 “천장에서 물이 새고, 화장실에서는 녹물이 나오고, 건물도 기울고, 주차할 공간마저 없다. 하루하루 스트레스가 심하다”며 “이렇게 불편한데 ‘당장 무너질 만큼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재건축이 안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부 관계자들이 하루라도 살아보고 말하라”고 토로했다.

관련 민원이 쏟아지다 보니 여당 소속 지자체장들까지 나서 국토교통부에 안전진단 기준 개선을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국토부는 “지금은 시장 상황이 안정 상태로 돌아간 것이 아니다”라며 기준 손질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안전진단은 ‘집값’이 아니라 ‘삶의 질’ 문제로 봐야 한다. 안전진단 기준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주민들이 실제로 겪는 불편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도록 안전진단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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