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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 거주 가능성 높아 우주과학계 주목 받는 ‘이곳’[김정욱의 별별이야기](54)

■목성의 갈릴레이 위성 중 하나…평균 영하 171도 얼음 천체

■얼음 아래 바다와 생명체 존재 가능성 높아 우주과학계 큰 관심

■최근 나사가 생명체 중요 구성원소인 탄소 존재함 밝혀내기도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 우주.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인도 등은 일찌감치 우주의 가치에 눈을 뜨고 그 공간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본격적으로 우주개발에 뛰어들고 있죠. 미지의 우주, 그 광활하고 거대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풀어내려 합니다. <편집자주>


유로파의 모습. 사진제공=나사




목성의 위성 가운데 하나인 ‘유로파(Europa)’는 전체 지름이 3122km로 갈릴레이 위성(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발견한 목성의 4대 위성. 가니메데·이오·유로파·칼리스토) 중 가장 작습니다.

태양에서 멀리 떨어진 유로파의 평균온도는 영하 171.15도이며, 최고온도는 영하 148도, 최저온도는 영하 223도입니다.

표면이 얼음으로 된 유로파는 오래전부터 우주과학자들의 관심 대상이었고, 최근에는 더욱 주목 받고 있습니다. 이 위성에 생명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천문학자들은 유로파에 15~20km의 얼음층 아래에 지구 바다의 2배가 넘는 액체 상태의 지하 바다가 수십km 깊이에 걸쳐 있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바다에서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높이는 화학물질을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연구진은 유로파에서 그런 물질을 찾아냈습니다.

지난 9월 나사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근적외선 카메라와 분광기를 이용해 유로파 표면에서 이산화탄소를 식별해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습니다.

나사 연구진은 “이 탄소가 운석이나 다른 천체에서 온 것이 아니라 지하 바다에서 얼음층을 뚫고 스며나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원소와 쉽게 결합하는 탄소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6대 필수 원소(탄소·수소·산소·질소·황·) 가운데서도 가장 중심에 있는 원소입니다.

나사의 이번 관측에서 이산화탄소가 가장 풍부한 곳으로 확인된 것은 혼돈지형이라고 불리는 타라 레지오라는 지역입니다. 혼돈지형이란 여러 지형 특징이 뒤섞인 곳이라는 뜻으로 지질학적 생성 연대가 오래지 않은 지역에서 나타나는 특징입니다. 연구진은 이로 인해 얼음층에 균열이 생겨 지하 바다의 물질이 표면으로 올라왔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만타 트럼보 미국 코넬대 교수는 “허블우주망원경은 이 지역에 바다에서 유래한 소금이 있다는 증거를 확인했고, 이어 제임스웹망원경이 이산화탄소가 풍부하게 농축돼 있다는 걸 보여줬다”며 “이는 탄소가 지하 바다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나사 연구진은 이번 관측에서 제임스웹의 분광기를 이용해 지름 3130km인 유로파 표면 전체의 스펙트럼을 해상도 320km 크기 단위로 확보해, 어떤 물질이 어디에 분포돼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분광기는 각 물질에서 나오는 고유의 빛 파장을 분석해 어떤 물질이 있는지 알아내는 장치입니다.

분석 결과 유로파 표면의 이산화탄소는 젊은 지형에 집중돼 있었으며 안정화된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이는 이 물질이 지질학적으로 비교적 최근에 생성됐음을 뒷받침해 주는 것입니다. 유로파 바다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이 있을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징표죠.

유로파의 표면. 사진제공=나사


앞서 나사의 목성 탐사선 갈릴레오는 2003년 유로파를 근접비행하면서 표면에서 이산화탄소를 감지한 바 있습니다. 이번 제임스웹망원경의 관측은 탄소가 어디에서 유래했는지에 대한 증거를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탄소의 기원은 유로파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추정하는 데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입니다.

나사는 2024년 10월 유로파 생명체에 적합한 조건을 갖고 있는지 조사할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를 발사할 계획입니다. 클리퍼는 2030년 목성 궤도에 도착한 뒤 유로파를 수십차례 근접비행하며 유로파의 구성 물질을 분석할 예정입니다.

일부 우주생물학자들은 유로파 탐사를 반대하기도 합니다. 유로파에 생명체가 있을 경우 지구의 탐사선에 의해 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입니다.

우주생물학자들은 이 위성의 생태계는 거의 완벽하게 닫혀있다고 보고 있는데 지구의 탐사선이 유로파의 얼음을 뚫고 들어간다면 탐사선에서 묻어간 지구의 바이러스, 박테리아와 우주방사선 등이 그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비슷한 사례는 지구에서도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과거 대항해시대에 당시 유럽인과 아메리카 원주민이 서로 내성이 없는 질병을 교환해 서로 대규모 인명피해를 본 적이 있습니다.

만약 유로파에서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이를 연구하려는 과학계 그룹과 이를 반대하려는 그룹이 충돌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인류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외계 생명체에 대한 비밀을 푸는 것에 점점 더 다가가고 있으니 유로파 탐사는 기대해볼 만한 일입니다. 만약 유로파에서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지구는 우주에서 더 이상 외로운 행성은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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